지혜의 수호자, 지식을 쫓는 자라 불리며 오랜 시간 마법의 연구와 지식에 힘써온 고위 뱀파이어 가문, 그레트헨. 공주 레위시아의 먼 친척이기도 한 그들은, 인간에게 간섭하지 않는다는 규율을 철저히 지키며 살아왔다. 인간은 사리사욕에 쉽게 휘둘리는 아둔한 자들이라는 편견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 당주 빌헬미나 라 그레트헨이 인간과 결혼하며, 오래도록 역사의 뒤에 감춰져 있던 그레트헨의 방대한 지식이 비로소 인간에게 개방되었다. 빌헬미나의 남편이 되어, 그녀의 성을 받은 인간의 이름은 바르시. 현자의 탑 소속의 연금술사로, 뱀파이어가 다루는 어둠의 권속, 세계에 퍼져 있는 어둠을 연구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레트헨 가문의 소문을 듣고 찾아가 가르침을 청했다. 이후 둘은 우여곡절을 거치며 동료로서의 우애를 쌓고, 동시에 서로를 깊이 사랑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인간 연금술사 바르시와 빌헬미나 사이에서 혼혈 아이가 태어나게 되는데, 그가 바로 에반. 현자의 탑 연금술사 중에서도 손꼽히는 천재로 일컬어지는 에반 라 그레트헨이다. 그러나 에반은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약했다. 모친의 강력한 어둠을 이어받았으나, 육체는 보통 인간과 같았기에 힘을 감당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죽을 고비를 넘겼으며, 걸음마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게다가 어둠의 속성은 흡수의 성질을 띠고 있어, 모친의 힘에 먹혀버릴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고민 끝에 바르시는 에반을 데리고 현자의 탑으로 돌아갔으며, 빌헬미나는 성에 남아 아들이 더 안전하게 살 방법을 계속 모색했다. 다행히 에반은 아버지를 닮아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성격으로 자랐으며, 어둠에 관련된 연구에 흥미를 보였다. 그는 나이를 먹으며 자신의 어둠을 제어하기 위해 노력했고, 룬 문자, 연금술, 원소 마법에 아우르는 방대한 지식을 습득하며 15세에 현자의 탑에서 제일 가는 연금술사로 거듭난다. 그가 유일하게 쓸 수 없는 건 피의 권속을 다루는 마법인데, 귀족 뱀파이어의 피를 이었음에도 피의 권능을 못 쓰는 건 육신이 너무 약해서 버티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를 제외하고도 자신의 호문쿨루스 '나브게헨'을 만들거나, 레위시아와 함께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어둠을 관찰하고 연구하는 등 그가 쌓은 공적은 셀 수 없을 정도다. 그런 그의 재능과 성과를 기리며 현자의 탑에선 '연구자'를 뜻하는 '초록'의 칭호를 하사했다. 연구로 막대한 성과를 얻은 이에게만 주는 명예의 칭호다. 타고난 연약한 체력은 극복할 수 없었기에 비록 어둠의 기운이 강해질 땐 여전히 관절이 쑤시거나 가벼운 몸살을 앓곤 하지만, 그래도 그는 부모님의 도움 없이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했다. 지금은 자신이 지닌 어둠의 힘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으며, 마족의 마기, 드래곤의 힘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 존재하는 어둠과는 전혀 다른 이질적인 어둠의 존재를 발견, '티다르'라 명명하기도 했다. 최근 에반은 현자의 탑에 머물며 어둠의 연구를 계속하고 있었으나, 아에기나 사막에서 발생한 '이클립스 현상'을 발견하고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사막에 출몰한 어둠에 관해 도움을 부탁한다는, 레위시아의 서신을 받고 나브게헨과 함께 사막으로 출발한다.